살펴보기전에... '왜 이런 시스템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이 시스템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는가?' 등에 대해서 먼저 정리를 해보고자 한다.
아이템 절차적 생성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TRPG인 <Dungeons & Dragons>에는 식별(Identify)이라는 주문이 있었다. 이 주문을 사용하면 미확인 아이템을 감정하여 아이템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식별 후 장착 및 사용이 가능했다. 게임에서 식별이라는 주문이 왜 필요했는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어떤 물체에 대한 지식이 없을 경우 사용법을 모른다거나 하는 상황을 가정, 현실을 모방하여 만들었지 않았을까...
아무튼 아이템 식별 또는 획득 시 아이템의 효과나 가치를 룰북에 근거해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하는 것. 이것이 아이템 절차적 생성의 시초이다. 게임 마스터가 일일이 정해줄 수도 있었겠지만, 사람의 뇌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거대한 데이터(룰북)에 기반해서 아이템을 무작위로 생성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재밌었을 것이다.
이후 컴퓨터 게임이 등장하고 주류가 되면서, 게임 개발자들은 판타지 세계에서 펼쳐지는 장애물 격파와 보상을 그럴싸하게 컴퓨터 게임으로 풀어내야 했다. 이 때문에 개발자들은 TRPG와 같이 몇 가지 규칙들과 데이터를 정하고, 이들을 조합해서 많은 가짓수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로그>, <넷핵>, <던전 크롤> 등의 로그라이크 게임은 지형 및 몬스터를 무작위로 배치했으며 아이템의 위치, 능력치,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데이터에 근거한 무작위 생성이었기 때문에 레벨 1의 유저가 레벨 99의 몬스터를 상대하는 괴상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기획자가 의도한 규칙 내에서 무작위로 생성되는 것이 핵심이다. 이처럼 절차적 생성은 게임 내 세계가 반복적이지 않고 생동감 있게 기획자의 의도대로 플레이 경험(고난 및 성장 등)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디아블로>는 이러한 시스템을 계승했지만 턴제를 실시간으로 바꾸었고, 배틀넷을 통한 멀티플레이를 도입하면서 엄청난 흥행을 하게 된다. <디아블로>는 로그라이크 장르를 재해석하여 핵 앤 슬래시 장르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온라인 환경에서의 무작위 아이템 생성은 이에 대한 경제 밸런스, 치트 방지 등 새로운 고민거리들을 생겨나게 했다. 이런 점들은 추후 MMORPG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현대의 아이템 절차적 생성
<디아블로>를 더욱 발전시킨 <디아블로 2> 출시 후 여러 RPG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아이템 파밍이 들어간 RPG에서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디아블로 3> 확장팩 및 <디아블로 4>에서는 플레이어의 캐릭터에 맞게 전용 아이템이 드랍되는 <스마트 드랍> 등의 개선점이 있었다.
<보더랜드> 시리즈는 총게임이라는 특색을 살렸다. 무기 제조원이라는 개념을 넣어, 밴디트사에서 만든 총기는 연사가 빠르고 하이페리온 사에서 만든 총기는 정확도가 높다. 총기 부품에 따라 아이템의 효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면 같은 총기여도 드럼탄창이 달려 나오면 탄창이 더 많아지고 장전속도가 느려졌다. 아이템 절차적 생성을 게임의 컨셉에 맞게 잘 풀어낸 예이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디아블로 2>를 계승하고 수많은 데이터 및 컨텐츠를 추가하여 아이템의 가짓수를 엄청나게 늘렸고, 이를 통해 여러가지 게임 시스템 및 경제를 돌아가게 만든다.
이처럼 시대를 가리지 않고 아이템 루팅, 파밍 위주의 RPG에서는 아이템 절차적 생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마무리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거지만, 게임마다 풀어내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흐른 세월에 비해서 알고리즘 자체는 <디아블로 2>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또한 <디아블로 2>의 데이터 구조가 완전히 공개되어있기도 하고 분석글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모작하여 구현하는 것으로 학습을 해보려고 한다. 다음 편에서는 <디아블로 2>의 아이템 절차적 생성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다른 게임들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