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의 기술면접에 이어 다른 회사의 실무 면접을 보고 왔다.
건물도 깔끔하고 규모도 후덜덜했다.
백화점보다 좋은 수준이었는데 태어나서 그런 곳은 처음 가봤다.
아무튼 나중에 전형 결과 나오고 다 마무리 되면 지원한곳 들은 다 이름 특정해서 후기 쓸 예정이다.
면접관분들이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지만 기본 지식에 대해서 물어보는 건 거의 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질문을 듣고보니 "어?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게 아니였네?" 이런 느낌이었다.
말을 조리있게 하지도 못했다.
어떻게 보면 현업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의 질문에 내가 100% 제대로 대답하는 것도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나름 잘해왔다고 자부했는데 꽤 충격이 컸다.
그래서 목요일에 면접 끝나고 집에 와서 오늘까지 계속 생각해봤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던걸까?
생각해보면 나는 실력 향상이 아니라 결과물(출시)이나 상업적 성공을 목표로 삼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게임을 빨리 만드는데 집착하고, 완성하지 못하면 좌절했다.
또 완성한다한들, 실제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더욱 결과물에 집착했고 이것이 악순환이 되었었다.
일단 만들어서 좋은 성과를 낸 결과물을 보여줘야 나를 원하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기본 지식은 학교 공부로 어느정도 습득은 했지만 뒷전으로 삼았다.
그러나 실제 채용 프로세스를 겪어보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회사는 지원자가 무슨 성과를 냈든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유의미한건 당연히 좋겠지만)
그 성과를 어떻게 내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회사에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는 듯 하다.
그 과정에서 공부하고 기본기를 탄탄히 쌓은 사람을 회사에서 직무에 맞게 활용하려는 느낌이었다.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회사의 직무에 완전히 끼워맞출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툴이나 특정 도메인에 의존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무에 끼워맞췄을 때 잘 끼워져서 들어가는 사람을 뽑는 것 같다.(사실 당연한 얘기지만...)
가능하다면 스페셜리스트를, 하지만 신입의 경우 대부분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제너럴하게 역량을 잘 쌓아온, 스페셜(딥)하게 팔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는 사람을 뽑는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개발하면서 스스로 생각해보고 연구해본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았다.
특히 같은 장르의 게임을 개발해보면서(아니면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고민하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갖고 의사결정을 해본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
그런 과정을 겪었다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장르 게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설령 다른 직무나 팀에 배치된다하더라도 기본기와 스킬을 갖고 잘 해결해나갈 사람이니까?
(그런데 지금 느낀거지만 아마 내가 원하는 직무를 맡을 확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성과나 경험은 서류에서 1차적으로, 면접에서 2차적으로 검증하고 기본기는 코딩테스트에서 1차적으로, 면접을 통해서 2차적으로 검증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난 스스로 공부해보고 많이 고민해봤다고 생각해봤는데 면접을 보고 오니까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나 책, 인터넷 강의로 따라하면서 툴 활용법은 익혔지만 그 본질은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맨 땅에 헤딩하기가 너무 막막하고 시간도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강의로 수동적으로 학습하는게 필요한 것 같은데, 그 이후 활용 능력은 어떻게 길러야 하는 걸까...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지식과 내가 쌓은 지식의 갭차이를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가 없다.
게임에 사용하는 여러가지 방법론이나 알고리즘들이 다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느낌이라, 모방해서 구현하려고 해도 쉽지 않다...
내가 2학년때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구현하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따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비슷하게 구현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보고 지식의 방향, 배우려는 태도라도 잘 맞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학습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대충 이런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제 나름대로)지식을 착실히 쌓아왔고 이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저의 이런 점을 토대로 입사하게 된다면 실제 업무에 빨리 적응하고 성장하여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되게 당연한 말인데 이제서야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좀 다른 듯...
생각은 정리가 좀 되는데, 앞으로 뭘 공부하고 어떻게 공부할지는 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너무 많아서 그런가?
나중에 책도 사고 정리하는 시간을 한번 가져봐야겠다.
지식 또는 실력 쌓기에 너무 장벽을 느껴서 인턴 한 번이라도 꼭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너무 없다...
사실 올해 초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이번 기회에 더 크게 느꼈다.
내 실력으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들지 말고, 지금 실력으로 불가능하더라도 내가 최종적으로 만들고 싶은 장르나 게임을 만들어보면서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