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플 아케이드 카카오페이 프로모션으로 2개월을 무료로 가입했다. 사실 태고의 달인이 하고 싶어서 가입한건데 막상 몇 판 해보니까 흥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앱스토어를 둘러보던 와중 여러 Steam게임들이 이식된 것을 발견해서 바로 다운로드해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Slay the Spire(이하 슬더스)였다.
사실 슬더스가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입소문이 엄청 퍼져서 스팀으로는 진즉에 구입해서 플레이했었다. 하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진득하게 턴제 카드게임을 하기엔 뭔가 심심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리 오래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제와서 모바일로 출퇴근길에, 잠 자기전에 누워서 플레이해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슬더스는 덱빌딩 로그라이크 인디 게임의 시초라고 볼 수 있다. 슬더스가 나오기전에도 덱빌딩 보드게임류가 있었다고 하니 장르의 창시자는 아닐수도 있지만, 인디 게임 계에서 덱빌딩이라는 장르(슬더스라이크라는 명칭도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다.)에 직간접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플레이어는 3개로 나눠진 스테이지에서 덱의 장단점을 시험하게 된다. 예를 들면 예열이 필요한 덱은 초반에 몰아치는 몬스터에게, 카드를 많이 사용하는 덱은 사용 수에 비례해 힘을 얻는 몬스터에게 카운터 당할 수 있다. 때문에 어느 덱이라도 장단점을 보완해서 체력소모를 최소화하여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도달해야한다. 이를 각 캐릭터별로 특색있는 메커니즘과 여러 가지 아이템, 카드, 포션으로 보충하고 승리플랜을 만드는 것이 슬더스의 매력이다.
물론 로그라이크 카드 게임이다 보니 어느정도 운적인 요소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 클리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최종보스 앞까지는 갈 수 있다. 그만큼 게임 전체적으로 시스템과 밸런스가 잘 짜여져 있다. 이렇게 기반이 잘 짜여져 있는 게임은 오랜만에 해본 것 같다. 탑을 올라가면서 덱을 점점 완성하고 이를 운용하는 재미를 너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