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iOS에 넷플릭스가 유통하는 하데스가 출시되었다. 이번에 처음 해본 건 아니고 몇 년전에 컴퓨터로 해봤었지만, 모바일로 해보니 또 감회가 새로웠다. 휴대용 기기는 출퇴근길과 잠 자기 전 누워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다. 그러나 처음 시작할 때는 모바일 특유의 가상스틱과 버튼으로 조작하기가 꽤나 까다로워서 '이거 마지막까지 깰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컴퓨터로 할때보다 진도를 더 나가버렸다.
이 개발사의 첫번째 게임인 배스천(Bastion)도 PC, 모바일로 둘 다 해봤었는데 이때도 전투나 특유의 아트 스타일, 뛰어난 OST는 갖춰져 있어서 인터넷에선 수작으로 통했었다. 다만 나에겐 스토리 외엔 리플레이 밸류는 좀 없는 편이라 한 번쯤은 해볼만한데 두번은 딱히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엔 학생이다보니 게임을 사기가 어려워서(사실 눈치가 보여서), 한번 사고 오래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선호했다. 마침 바인딩 오브 아이작, FTL, 엔터 더 건전, 네크로댄서 등 로그라이크 수작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배스천은 뒷전이었다. 그 이후로도 이 개발사는 꾸준히 트랜지스터, 파이어 등등 신작으로 존재감을 어필했다. (구매하진 않았다...)
그러다가 하데스가 나왔는데 평이 워낙 좋고 로그라이크를 강조한 게임성에 한번 플레이해보게 되었다. 첫 작에 비교하면 거의 모든 면에서 발전하고 개선시킨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내가 좋았던 점들은
- 리플레이에 스토리로 당위성을 부여하고 영구적인 성장 요소로 동기부여도 적절하게 해준다.
- 픽셀아트가 주로 보이던 로그라이크 장르에 이런 훌륭한 아트스타일은... 더 이상 말이 필요한가...?
- 스토리텔링도 세계관이 어땠니 주인공이 저쨌니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접목시켜 알기 쉽고 필요한 것만 딱 짚어주는 느낌이다.
- 전투는 이미 전작들에서 어느정도 완성이 되어있었지만 신화의 신들에 맞게 특색을 잘 살렸다.
- OST, 영어 풀더빙
- 죽었을 때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완화시켰다기보단 다시 플레이할 당위성 부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에서 마음에 들었던 시스템은
- 하데스의 집: 죽었을 때 여기서 부활하며 NPC들과 대화를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고, 영구적인 성장도 여기서 가능하고 인테리어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다크소울3의 불의 계승의 제사장 느낌도 들고, 어렸을 때 했던 디지몬 월드 마을 키우는 느낌도 들어서 좋았다. 이런 장소를 영어로는 Hub라고 하는 듯. 검색할 때 참고해야지.
- 뚜렷한 각 은혜들의 특징: 아테나는 반사, 제우스는 번개, 포세이돈은 밀치기 등등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기본 은혜 +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듀오은혜의 디자인이 너무 좋다.
찬양은 많이 했으니 이제 단점 가보자
- 영구적인 업그레이드의 필요성과 파워가 너무 강하다.
- 처음엔 로그라이트라곤 하지만 영구적인 업그레이드 영향이 너무 커서 좀 별로였다. 그런데 모바일로 두 번째 하니까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그래도 업그레이드 하고 안하고 차이가 좀 난다고 생각한다.
- 기념품도 그렇고 무기 양상도 그렇고 리플레이를 통해 업그레이드 한 것을 전제로 깔고 밸런싱한 느낌이다. 그래서 처음엔 나사빠진 느낌이 든다.
- 사실 이거로 스토리 전개하고 뭐하고 할거니 애초에 전제로 깔은걸수도...
- 이게 나에겐 너무 크게 다가와서 그외엔 더 생각이 안난다....
워낙 만듦새가 좋긴 하지만 개발사가 제 갈 길 꾸준히 가서 인정받은 것 같아서 대단하기도 한 게임이다.
출시된지 꽤 되었지만 녹슬지 않는 아트스타일때문에 언제 해봐도 좋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로마 신화 설정과 게임 시스템이 잘 맞물리는게 너무 좋았던 작품.
던전이 랜덤으로 나오는 시스템이 사실은 하데스가 무작위로 방을 재배치해서 탈출하는 것을 막는다는 설정이라던가...
재미있었다!
근데 이번에 후속작이 나오긴 나왔는데 얼리액세스라서 다 완성되면 즐기고 싶은데....
빨리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내적 갈등이 크다...